2014-08-24

[게임] 노동노동 하는 게임 - Paper, Please

 리눅스 설치한 노트북에 드디어 적절한 그래픽카드를 설치했다.
 3D그래픽 라이브러리를 설치하지 못하면 스팀 자체가 실행이 안 되기 때문에 2D게임이라도 할 수 없어서 지금까지는 노트북으로 게임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 노트북으로도 게임을 할 수 있게 된거다.

 그리고 기념으로 스팀에서 구매했던 게임 중 가장 가벼워 보이는 Papers, Please를 시작했다.


 시작하면 전체주의스러운 배경음과 함께 공산주의스러운 로고가 나오면d서 labor lottery에 당첨되었다며 입국 심사소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주인공이 사는 아스토츠카는 복권에 당첨되지 않으면 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국가인가 보다.
 당황스러운 오프닝이 끝나면 주인공은 입국심사소로 들어간다. 근데 이 입국심사소가 매우 허름하다. 그냥 국경에 선 그어놓고 컨테이너 하나 세워 놓은 느낌이다.
 그리고 게임이 시작하는데 이제 주인공 시야에 보이는 것은 국경지역, 책상 그리고 좁은 창문으로 보이는 심사 대상자가 전부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주인공이 보는 풍경은 변하지 않는다.

 이 답답한 공간에서 주인공은 일하기 시작한다. 쏟아지는 여권과 서류들 중에서 위조된 것과 이상한 부분을 찾아내서 입국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분류해야 한다.
 누구나 할 수 있을만한 단순 노동 이것이 이 게임에서 해야 하는 것의 전부이다.

 근데 Paper, Please의 개발자인 Lucas Pope는 이 단순한 게임에 수많은 choice를 심어서 아무것도 아닌 서류 처리 작업을 재밌는 게임으로 만들어 놓았다. 음.... 아니다. 사실 서류 처리 작업은 여전히 재미없다. Paper, Please가 재밌는 거다.

 한 남자가 들어온다. 서류는 아무리 봐도 문제가 없다. 입국을 허락한다. 그런데 남자가 나가며 다음에 들어올 사람이 자기 부인이라며, 부인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한다.
 "뭐지???"라는 생각을 하는 중에 한 여자가 들어온다. "아.... 이래서였구나." 이제야 깨닫는다. 부인은 입국 허가서를 발급받지 못했다. 정책대로라면 나는 입국을 허가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러면 저 부부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내가 그들을 갈라놓을 자격이 있는가?
 그렇다고 입국을 허용하면? 저 여자가 국경선을 지나가기 무섭게 컴퓨터는 내 실수를 알아차리고 나에게 벌금을 매길 것이다. 이럴 거면 전부 컴퓨터에 맡기지 왜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가질 시간도 여유도 없다.
 나에게는 먹여 살려야 할 4명의 식구가 있다. 나의 조국 아스토츠카는 상냥한 나라가 아니다. 내 월급으로는 하루 벌어 하루 먹는게 고작이다. 내가 실수를 해서 벌금을 받으면 내 가족은 오늘 굶어야 한다. 게다가 내 병약한 아들은 하루 굶거나 난방을 사용하지 않으면 바로 병에 걸린다.
 나는 내 가족들을 희생해가면서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저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가?

 위와 같은 상황이 게임 내내 계속된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비밀 결사대 EZIC에서 도움을 요청해오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플레이하다 보면 아스토츠카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라는 것은 다양한 사건들로 알게 된다. 심정적으로는 EZIC을 돕고 싶다. 하지만 요청해오는 내용이 전부 벌금을 각오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내 가족의 생존을 위해 조국에 충성을 다할 것인가, 아들의 미래를 위해 EZIC을 도울 것인가.
 모든 것은 나의 선택에 달렸다.


p.s. 그 와중에 궁금한 건데 왜 군인들이 주인공보다 총을 못 쏘지? 주인공 친구(?)인 세르쥬는 참전한 경험도 있는데?

p.p.s. 사실 이 게임에서 친구라고 부를만한 인물은 조르지 할아버지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은 친분을 이용해서 무리한 부탁을 한다. 조르지 할아버지 이외의 사람들이 주는 quest를 하려면 벌금을 각오해야 하는데 이 할아버지는 그런 거 없다. 심지어 체포당할 때도 경찰에 연줄 있다며 웃으면서 잡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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